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오컬트 영화를 잘 못 보는 편입니다. 귀신이 나오고 무당이 굿을 하는 장면이 불편해서 웬만하면 피해왔거든요. 그런데 파묘는 달랐습니다. 역사 이야기가 중심에 박혀 있었고, 무속 의식 하나하나에 이유가 붙어 있어서 끝까지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한국의 민간신앙과 일제강점기라는 역사가 이렇게 맞물릴 수 있다는 게 보는 내내 놀라웠습니다. 역사적 배경 — 쇠말뚝과 친일파가 만나는 지점파묘의 설정이 흥미로운 건 실제 역사와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한반도의 지맥(地脈), 즉 땅 속에 흐르는 기운의 줄기를 끊으려 쇠말뚝을 박았다는 이야기는 역사 수업에서도 한 번쯤 들어봤을 내용입니다. 영화는 이 소재를 그대로 가져와, 일본 최고의 음양사(陰陽師)였던 무라야마 준지가..
결말을 알고 보는 영화가 재미없다고 생각하셨습니까?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학창시절부터 국사 시간마다 반복해서 배워온 단종의 이야기가 스크린 위에 펼쳐졌을 때, 제가 느낀 건 지루함이 아니라 "이렇게 살았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묘한 설득력이었습니다. 역사적 사실 위에 상상력을 얹은 사극 영화 , 그 이야기를 직접 보고 난 뒤 정리해 보겠습니다. 역사고증: 우리가 아는 단종과 조금 달랐던 것들 1452년, 열두 살의 이홍위가 왕위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불과 이듬해, 숙부인 수양대군이 계유정난(癸酉靖難)을 일으킵니다. 계유정난이란 1453년 수양대군이 정권을 장악하기 위해 김종서 등 반대 세력을 제거하고 왕위를 찬탈한 정변을 말합니다. 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