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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스토리 1편이 개봉했을 때 저는 만 2살이었습니다. 사실상 처음 제대로 본 건 3편이 나오고 나서 1, 2편을 찾아 봤을 때였는데, 그때 한 번에 10번 넘게 돌려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 시절 제 인생 영화가 됐던 시리즈가 이제 5편까지 왔습니다. 이번 편에서 제가 직접 느낀 건, 픽사가 단순히 속편을 찍는 게 아니라 시대 자체를 영화로 담고 있다는 확신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장난감이 떠오른 이유
토이스토리를 볼 때마다 저는 자꾸 한 가지를 떠올립니다.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곁에 있었던 낡은 인형 하나.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고, 아마 가족 중 누군가 버린 것 같은데 확인한 적은 없습니다. 그 인형이 떠오른 건 이번 편에서 제시가 자신의 첫 번째 주인이었던 에밀리의 흔적을 농장에서 다시 만나는 장면 때문이었습니다.
제시는 오래전 에밀리의 방이었던 곳에서 땅에 묻힌 상자를 발견합니다. 그 안에는 사진 한 장이 있었고, 성인이 된 에밀리가 자신의 딸에게 '제시'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버려진 게 아니었습니다. 기억 속에 남아 있었던 겁니다.
솔직히 이 장면이 예상 밖이었습니다. 장난감 영화에서 이런 감정이 나올 줄은 몰랐거든요. 제가 잃어버린 그 인형도 어딘가에서 누군가에게 가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그 물건이 단순한 플라스틱 덩어리가 아니었다는 게 실감 났습니다.
픽사는 이런 감정을 설명하지 않습니다. 장면 안에 그냥 쌓아 둡니다. 이른바 서브텍스트(subtext) 방식인데, 여기서 서브텍스트란 대사나 설명 없이 장면과 맥락만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기법을 말합니다. 제가 10번 넘게 봐도 질리지 않았던 이유가 이것이었구나, 이번에 다시 확인한 셈입니다.
- 제시의 첫 주인 에밀리와의 재회 — 버려짐이 아닌 기억으로의 전환
- 땅속 상자와 이름이 이어진 딸 — 설명 없이 전달되는 감정의 무게
- 각자의 인형, 각자의 토이스토리 — 보편적 어린 시절의 소환
디지털 시대를 정면으로 담은 방식
이번 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릴리패드라는 태블릿 캐릭터의 등장 방식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장난감의 적으로 그려집니다. 본니가 릴리패드에 빠져들면서 제시와 버즈, 렉스 같은 장난감들이 방 한켠에 방치됩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든 생각은 "이거 우리 어릴 때 부모님이 TV 보는 우리 보던 시선이랑 똑같구나"였습니다.
그런데 영화는 릴리패드를 악당으로 끝내지 않습니다. 릴리패드는 본니를 온라인으로 연결해 친구를 만들어 주는 데 성공하지만, 그 관계가 오히려 본니에게 상처를 줍니다. 댄스 수업 친구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고 조롱한 것입니다. 릴리패드는 스스로 기부 트럭에 올라탈 정도로 죄책감을 느낍니다.
여기서 픽사가 꺼낸 개념이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입니다. 쉽게 말해 기술을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를 말합니다. 영화는 태블릿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연결에 활용하느냐가 핵심이라는 결론으로 나아갑니다. 제 경험상 이 메시지가 2025년 시점에서 가장 정직하게 디지털 시대를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실제로 미국 아동 발달 연구기관인 Zero to Three(출처: Zero to Three)에 따르면, 스크린 타임 자체보다 함께 사용하는 맥락이 아동의 사회성 발달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릴리패드의 이야기가 단순한 픽션이 아닌 이유입니다.
저도 처음엔 이 영화가 "태블릿은 나쁘다"는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그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장난감의 시대는 끝난 것인가
제가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한참 머릿속에 맴돌았던 장면이 있습니다. 제시가 동네를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장면입니다. 여러 집 창문마다 화면 불빛이 보이고, 그 앞에 아이들이 앉아 있습니다. 제시의 표정에 처음으로 불안감이 지나갑니다.
솔직히 그 장면은 제가 조카들을 볼 때 느끼는 감정이랑 꽤 비슷했습니다. 우리 세대에게 장난감이 있었다면, 지금 아이들에게는 패드가 있습니다. 그게 틀렸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 세대에게는 그게 맞는 방식일 수 있으니까요.
이번 편에서 버즈 라이트이어의 최신형 복수 캐릭터들은 흥미로운 방식으로 활용됩니다. 그들은 자신이 우주 특공대라는 설정, 즉 프로그래밍된 내러티브(programmed narrative) 안에 갇혀 있습니다. 여기서 내러티브란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규정하는 이야기 구조를 뜻합니다. 오리지널 버즈가 이 설정에서 벗어나는 과정이 1편의 핵심이었다면, 5편에서는 수십 명의 최신형 버즈들이 같은 경로를 짧게 반복합니다. 장난감으로 태어났지만 진짜 임무를 찾는 것, 그것이 결국 스타 커맨드가 아닌 아이들이 있는 운동장이라는 결말이었습니다.
픽사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토이스토리 시리즈는 1995년 1편 개봉 이후 30년에 걸쳐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이동하는 아동 놀이 문화를 배경으로 삼아왔습니다(출처: Pixar Animation Studios). 제가 직접 1편부터 5편을 이어서 보고 나서 느낀 것도 같습니다. 이 시리즈는 장난감 영화가 아니라, 각 세대의 아이들이 어떻게 세상과 연결되는지를 담은 시대 기록에 가깝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장난감의 시대가 끝난 게 아닙니다. 형태가 바뀐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토이스토리 5는 어른이 봐도 재미있나요?
A. 제 경험상 오히려 어른이 더 많이 울 수 있는 영화입니다. 제시와 에밀리의 재회 장면은 아이보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어른에게 더 크게 다가옵니다. 픽사 특유의 서브텍스트 방식이 어른의 감정층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Q. 토이스토리 5 보기 전에 1~4편 다 봐야 하나요?
A. 제가 직접 보니 5편 자체만으로도 이야기가 완결되는 구조입니다. 다만 제시와 에밀리의 관계, 버즈와 제시 사이의 감정선은 이전 편을 알고 있으면 훨씬 깊게 느껴집니다. 시간이 된다면 2편과 3편만 먼저 보고 가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Q. 릴리패드는 결국 나쁜 캐릭터인가요?
A. 아닙니다. 영화는 릴리패드를 처음에는 위협으로 그리다가 결국 제시와 협력하는 캐릭터로 전환합니다. 기술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쓰느냐가 핵심이라는 메시지를 가장 직접적으로 담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Q. 우디는 이번 편에서 많이 나오나요?
A. 조연 수준으로 등장합니다. 이번 편의 주인공은 완전히 제시입니다. 우디는 외부에서 제시를 돕는 역할이고, 마지막에는 다시 보와 함께 떠나는 장면으로 깔끔하게 정리됩니다. 톰 행크스의 빈자리가 느껴지기는 하지만, 제시 중심의 이야기가 더 선명하게 전달됩니다.
결론
토이스토리 1편이 나왔을 때 저는 아직 말도 못 했고, 5편이 나온 지금은 그 영화를 보며 자란 세대가 됐습니다. 이 시리즈가 특별한 건 각 편이 특정 시대의 아이들을 정확히 담아왔기 때문입니다. 아날로그 장난감의 시대, 기증과 작별의 시대, 그리고 이제 디지털과 장난감이 공존하는 시대까지.
제가 이번 편을 보고 나서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장난감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무엇이 장난감인지의 정의가 바뀌고 있다는 것. 그리고 어떤 형태든, 아이와 함께했던 시간은 어딘가에 남는다는 것. 제가 잃어버린 인형처럼요. 이번 여름, 토이스토리 5는 그 사실을 다시 꺼내 보여준 영화였습니다.